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관계자가 2020년 12월 하야부사2가 호주 우메라사막에 떨어뜨린 소행성 ‘류구’의 토양이 담긴 캡슐을 회수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관계자가 2020년 12월 하야부사2가 호주 우메라사막에 떨어뜨린 소행성 ‘류구’의 토양이 담긴 캡슐을 회수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구가 아닌 우주의 다른 천체에도 아미노산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화제다. 소행성 ‘류구(Ryugu)’의 토양에서 아미노산 20여종이 발견되었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무인 우주탐사선 ‘하야부사2’가 채취해 지구로 가져온 류구 토양에서 발견된 것이다. 아미노산은 생명의 재료가 되는 물질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소행성 충돌이 지구 초기 생명의 탄생에 필요한 화학물질을 가져왔을 수도 있고, 심지어 생명 자체를 지구로 가져왔을 수도 있다고 추정한다.

 

‘아미노산의 기원이 우주’라는 가설 뒷받침 

하야부사2는 하야부사1에 이은 JAXA의 두 번째 소행성 탐사선이다. 화성 궤도 부근을 도는 소행성 ‘류구’를 탐사해 인류와 물, 생명의 기원을 알아내는 것이 목적이다. 하야부사1의 귀환 이듬해인 2014년 12월 우주로 발사되었다. 류구는 1999년 5월 발견된 소행성. 하야부사는 일본어로 ‘송골매’란 뜻이다.

하야부사2가 3억4000만㎞ 밖 류구 궤도에 도착한 것은 2018년 6월 27일이었다. 이후 2019년 2월과 7월 두 차례 걸쳐 류구 표면 아래의 토양 시료 5.4g을 채취했다. 탐사선은 시료를 채취하기 전, 먼저 소행성 근접 500m쯤에서 구리로 만든 4.5㎏의 탄환을 2㎞ 속도로 소행성에 발사했다. 표면에 탄환이 부딪히는 순간 작은 폭발이 일어나도록 해 표면재와 기타 이물질 등을 벗겨내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구덩이 아래의 토양을 얻기 위해서다. 류구 표면 내부의 오염되지 않은 시료를 채취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야부사2는 탄환의 잔해들이 모두 떨어져 나간 2주 뒤 류구 지표에 탐사로버를 착륙시켜 시료를 채취했다. 소행성의 지하에서 물질을 수집한 것은 역사상 이때가 처음이다.

토양 채취를 끝낸 하야부사2는 2019년 11월 귀환을 시작해 2020년 12월 5일 지구 궤도에 도착했다. 그리고 다음날 지구 상공 200㎞에서 시료가 담긴 캡슐을 호주 우메라사막에 낙하시켰다. 캡슐은 이날 바로 회수되었다. 류구는 탄소계 물질을 주성분으로 하는 C형 소행성이다. C형 소행성은 규소질(석질)로 이뤄진 S형이나 금속으로 이뤄진 M형 소행성보다 유기물이 많다. 따라서 지구 생명체의 기원을 탐구하는 데 더 적합하다. 소행성의 약 75%가 C형이다.

지구에 캡슐을 떨어뜨린 하야부사2는 다시 지구 궤도를 떠나 우주로 날아갔다. 100억㎞ 거리에 있는 다음 목표 소행성 1998KY26을 탐사하려는 것이다. 1998KY26에 하야부사2가 도착할 시기는 2031년 7월로 예상된다. 만약 하야부사2가 소행성 1998KY26의 탐사에 성공하게 되면 세계 최초로 두 개의 소행성 천체 주위를 돈 탐사선이라는 명성을 얻게 된다.

류구의 토양 샘플은 JAXA를 통해 지난해 6월 세계 각국 연구기관에 보내졌다. 소행성 토양의 구성 물질을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과학계는 46억년 전 태양계 형성 직후 생긴 암석 파편들이 뭉쳐서 소행성이 탄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따라서 소행성은 태양계 초기의 환경을 오롯이 담고 있어 태양계의 기원을 밝히는 데 적합한 단서다. 류구는 태초의 태양계에 존재한 물질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추정되는 소행성이다.

JAXA 연구팀은 지난 6월 6일에 이어 9일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그에 따르면 류구 토양 시료에서 탄소 4%, 수소 1.2%, 질소 0.17% 등의 비율로 유기물이 확인됐다. 특히 단백질을 만드는 아미노산이 20가지 이상 발견됐다. 인체의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가운데 체내에서 합성할 수 없는 발린과 이소류신이 발견됐고, 콜라겐의 구성성분인 글리신과 감칠맛을 내는 성분으로 알려진 글루탐산 등도 확인되었다. 자연계에서 발견된 천연아미노산은 80종 이상이지만 약 20개의 아미노산만이 인체에 존재하며 단백질 합성에 이용된다.

지구 밖에서 채취한 토양 시료에서 생명의 토대가 되는 아미노산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구가 아닌 곳에도 지금 우리 몸을 이루는 것과 같은 재료가 있었던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아미노산의 기원이 우주일 것’이라는 가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야부사2가 촬영한 소행성 류구의 표면. photo 뉴시스
하야부사2가 촬영한 소행성 류구의 표면. photo 뉴시스

류구 토양 시료에 물 성분 함유

과학자들은 46억년 전 태양계 탄생 직후 지구에는 아미노산이 존재했지만 이후 지구의 표면이 마그마로 뒤덮이는 시기를 거치면서 아미노산이 모두 상실되었다고 본다. 때문에 지구가 식은 후 지구 밖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 등이 이 상실된 아미노산을 지구에 공급했다고 추정해왔다. 그동안 지상에서 발견된 운석에서 아미노산이 검출된 사례가 여러 번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미노산이 '외계'에서 온 것이라는 가설은 온전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운석에 포함된 아미노산이 애초에 우주에 있을 때부터 만들어진 것인지, 아니면 운석이 지구로 오는 과정에서 지구의 대기나 햇빛, 토양과 접촉해 혼입된 것인지 확실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JAXA 연구팀의 분석이 나온 것이다.

연구팀은 지구 대기나 토양과 접촉하지 않은 순수한 류구의 토양을 분석한 만큼 지구 밖의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이 지구에서 사라진 아미노산을 공급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우주에서 유래한 물질이 지구의 생명 탄생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한편 JAXA와 홋카이도대, 도쿄공업대 등의 분석팀은 류구의 토양 성분에 물이 함유되어 있다는 내용도 지난 6월 9일 자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전문가들이 원래 기대했던 것만큼 풍부하지는 않았지만 시료의 화학구성을 측정한 결과 물이 전체 질량의 7%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물론 액체 상태의 물을 발견한 것은 아니다. 물은 이미 증발해버려 없고, 산소와 수소 원자가 결합된 수산기(OH)의 상태로 시료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류구의 토양 시료가 태양계 형성이 시작되고 약 500만년밖에 안 된 시점에서 얼음이 녹은 물과 접촉해 형성된 것으로 분석했다. 또 류구 시료가 지금까지 분석된 태양계 물질 중 가장 원시적이고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JAXA는 하야부사 1·2호 뒤를 이어 트로이 소행성(Trojans)을 탐사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2025년 탐사선을 보낸다는 계획이다. 사실 소행성을 탐사하는 일은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그런데 왜 굳이 소행성 탐사를 하는 것일까. ‘초기 태양계에 대한 이해’와 ‘지구와 행성의 내부 구조에 대한 이해’ ‘태양계 행성이 형성된 과정’ 이 세 가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류구의 토양 시료 연구와 트로이 소행성 탐사를 통해 지구 생명체의 탄생 기원이 우주인지에 대해 아주 명확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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