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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팽이버섯이 자라고 있는 배지를 들어보이는 서금희씨.
 갈색팽이버섯이 자라고 있는 배지를 들어보이는 서금희씨.
ⓒ <무한정보> 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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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연구를 하던 시절, 집에 돌아가는 시간마저 아까워 했던 열정의 '버섯학도'가 예산에 둥지를 틀었다.

서금희(55) 대표가 충남 예산에 설립한 '엠에스바이오' 사무실 한쪽 벽면은 각종 표창장과 국가기술자격증, 특허증이 채우고 있다. 10년 넘게 연구와 기술개발에 매진해온  그의 지난날을 보여주는 듯하다. 서 대표는 귀농한 지금도 자정에 가까워질 때까지 일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해 연구원으로 일하며 버섯종균기능사 자격증 교재를 집필하고 전국으로 강의를 다녔던 전문가로, 지난 2019년 예산에 왔다. 본격적인 사업을 펼치기 위해 귀농할 지역을 물색하던 중 자신에게 교육받은 이 지역 농가의 추천을 받아 이곳을 택했다고 한다. 별다른 연고도 없었지만 주민들과 가까워지는 것은 금방이었다.

"텃세같은 건 전혀 못 느꼈어요. 귀농 초기에 신양2리마을회관 길 건너에 있는 재배사를 임대해 농사를 지었는데, 외출하면 하우스 바로 옆에 사는 주인할머니가 '언제 오냐'고 물어보실 만큼 관심 갖고 챙겨주셨어요. 저도 빵집 들러 뭐 하나라도 사오고, 명절 때는 버섯 따다가 마을주민들 나눠드렸죠. 이장님이 미안해 못 받겠다고 하시길래 그냥 마을회관에 실어다두고는 '갖다놨슈' 그랬어요. 근처 노인요양원과 신양면행정복지센터에도 드리고요." 
 
버섯 균사체를 증식시키기 위해 일부를 떼어내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왼쪽). 금희씨가 재배한 갈색팽이버섯.
 버섯 균사체를 증식시키기 위해 일부를 떼어내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왼쪽). 금희씨가 재배한 갈색팽이버섯.
ⓒ <무한정보> 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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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대표는 국산품종인 '갈색팽이버섯'을 비롯해 표고버섯, 상황버섯, 동충하초 등 다양한 버섯을 키우고 있다. 그가 주력하는 또 하나는 '액체종균 생산'이다. 흔히 알려진 톱밥배지에 고체종균을 넣어 키우는 것보다 배양기간이 절반 이상 단축돼 회전속도가 빠르다. 농가가 종균을 구입할 때 표고의 경우 기존엔 한 달 전에 미리 주문해야 했다면 액체종균은 10~14일 만에 받아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판로확보를 위한 가공품 개발에도 여념이 없다. '힘든 시기'라면서도 씩씩하게 웃던 그는 자녀들의 도움을 받아 블로그 등 SNS를 통해 판매할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예산사과를 활용한 기능성식품 연구도 한창이다. 

자타공인 버섯전문가인 서 대표에게도 '실전'은 만만치 않았다. 올 상반기까지 2년여에 걸쳐 설비와 자동화시스템을 갖춘 뒤 본격적인 생산·판매에 돌입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된 데다 전골이나 찌개류에 많이 이용되는 버섯은 여름철이 되면 통상 수요가 줄어드는 탓에 제값을 받고 판매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지역농협들이 운영하는 로컬푸드 매대에 상품을 올리는 일도 여의치 않았다. 귀농인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도울 수 있는 유통체계를 마련하는 데 행정과 지역사회의 고민이 더해져야 할 지점이다.

일하는 게 그저 '재밌다'는 서 대표, 확신에 찬 목소리와 몸짓으로 자신만의 비법을 전수하는 모습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가 지역에 불어넣은 활력이 신선한 자극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태그:#버섯연구, #갈색팽이버섯, #버섯액체종균, #엠에스바이오,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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